ActiveX를 통해 본 한국 정부의 IT 삽질 (3)
이전 글에서 ActiveX란 무엇이고, 왜 사라질 운명이 되었는가를 이야기했다.
2009/08/04 - [한국IT 이야기] - ActiveX를 통해 본 한국 정부의 IT 삽질 (2)
이제, 한국에서 ActiveX가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었는지를 이야기 할 차례인데...
꽤 오랜 시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_-;
어쨌든 마무리는 해야겠으니(이 글때문에 다른 포스트를 못적고 있다능;;) 한번 단순하게 접근해 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ActiveX문제의 1등 공신은 한국정부 - 관공서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제목도 그런 이유로 붙였다.
그 이유는, 웹에 대한 잘못된 맹신과 눈에 보이는 것 만을 중요시 하는 성과 제일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맹신
정부가 1990년대 후반 "IT/인터넷 선진국"을 목표로 삼은 다음 부터, 관공서에 프로그램을 납품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요구 사항은 "웹에서 동작할 것"이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인터넷 - 정확히는 웹(WWW: World Wide Web) - 에서 동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척 제한적이며, PC 프로그램과는 적합한 분야가 서로 다르다.
HTML과 Javascript만으로는 사용자와 상호작용 하는것도 쉽지 않고, 파일처리나 하드웨어 제어 같은 일들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요즘 주목받는 Flex나 Silverlight같은 RIA(Rich Internet Application)기반 웹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웹 프로그램의 미덕은 최대한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이분들 - 관공서 IT관리자 - 머리속에는 "웹=최신기술/PC 프로그램=사라져야 할 구식 기술"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너무도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웹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요구하면서, 웹으로 만들어 오라고하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이 글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설치해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프로그램을 PC프로그램. 웹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웹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겠다.
웹 프로그램과 PC 프로그램의 차이점에 대한 예를 들자면...
구글, MS 등에서 제공하는 웹기반 오피스 프로그램은 휴가지나 집, PC방 등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문서를 읽고 써야 할 때 무척 유용하다.
그러나, 이걸 믿고 PC에서 워드나 엑셀을 제거 하겠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PC버전 오피스에 비해서 성능이나 편의성 등 생산성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Apple이나 Google같은 회사가, 기술이 없어서 Skype나 iTunes를 PC프로그램으로 만들었을까?
웹의 특성 상,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성능과 편의성면에서 PC 프로그램을 능가하는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비슷하게라도 만들려면 PC프로그램에 비해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PC프로그램으로 웹프로그램의 표현력을 흉내 내려면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웹 프로그램과 PC프로그램은, 서로를 수정보완 하는 관계다. 한쪽이 더 우월하다거나, 무조건 다른쪽을 대체해야 하는 식의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웹브라우저에서 돌아가기만 하면 OK
예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복잡한 문서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있었다.
우리 팀은 열심히 제품을 만들었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선보였는데.. 시연하는 자리에서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여 주기도 전에 나온 말은, "웹이 아니네?"였다.
그리고 우리는, 단지 웹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청나게(!!) 까였다.-_-;
이런저런 논리적인 이유들로 설득을 해보려고 했지만 사용자는 막무가네였고, 그렇다고 웹을 이용해서는 애초에 사용자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는게 문제였다.
몇일동안 고민한 끝에 우리팀은, ActiveX를 사용해서 웹 브라우저에서 링크를 클릭했을때 사용자 PC에 프로그램을 "강제로"설치한 다음, 마치 브라우저의 새창으로 뜬 것인양 이전의 프로그램을 천연덕스럽게 실행 시켰다.
그리고 우리팀은 무척 많은 칭찬을 받았다.-_-;;
우리팀의 PC프로그램을 그렇게도 비판하던 담당자는, 사실 바뀐건 아무것도 없는 프로그램이 웹 브라우저로 부터 실행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제품을 썩 마음에 들어했다. 조삼모사도 아니고..-_-;;
사실 이런 에피소드는 많은 솔루션 개발자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덕분에, 지금 여러분들의 PC에도 알게 모르게 이런 "강제설치" ActiveX가 적어도 한두개쯤은 설치되어 있을꺼라고 확신한다. (내기해도 좋다.)
서버에 PC프로그램 하나 깔려면 수십장의 서류를 쓰고, 각종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ActiveX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관대하다. 사실 똑같은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외에도 답답한 경험은 한두가지가 아니여서 밤을 새서 얘기해도 될 정도지만, 사실 제일 답답한건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웹 표준"어쩌고 하면서 떠드는거다. (웹 표준: 웹 프로그램/서비스를 어떤 웹 브라우저나 장치에서 보더라도 동일하게 동작하도록 만들자는 규약. 당근 IE에서만 돌아가는 ActiveX는 쓰면 안된다.)
그분들께 제발 부탁드리는데,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도는 알고 나서 떠들어 줬으면 좋겠다.
ActiveX를 쓰던 뭘 어떻게 하던, 모든 기능을 웹에다 때려 박으라고 닥달 하면서 "표준 웹"이 세계적 추세니까 우리도 그걸 따라야 한다고 하면 개발자는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_-
스스로 ActiveX의 전도사가 되어버린 한국정부
표준이라거나, 기초기술 연구같은 부분은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당장 눈에띄는 결과를 보여주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기초가 없으면 그 위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것은 위험하고 힘든 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분들은 앞장서서 눈에띄는 결과만을 추구한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웹에서만 보이면 장땡이라는 식의 삐뚫어진 "인터넷 선진국"의 모습은 ActiveX기술이나 Microsoft가 아니라 한국정부가 만들어낸 함정이다.
혹시 내가,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밀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걸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공공기관에서는, 무조건 웹이 아니면 안되니까 ActiveX를 쓰던 뭘 어떻게 하던 웹으로 만들어오라고 압박하는것이 현실이고, 우리같은 중소 IT업체는 국가를 상대로 배짱 튕겨가면서 장사할 처지가 못된다.
이 외에도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증거는 더 있다.
2000년대 초반, 정통부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자 공인 인증서"는 사실 ActiveX기술을 쓰지 않으면 달리 웹에서 구현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걸 아예 "법"으로 명시화 해 버려서, 금융거래나 관공서 업무를 인터넷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하게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모 공기업은 매년 인증서 발급비용을 받아낼 수 있게됐다.)
아무튼, 그렇게 야심차게 추진한 이 계획은 실제로 보안에 도움이 되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뿐더러(키로거 하나만 있으면 못 뚫을것도 없다.) Microsft에서 ActiveX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가까운 미래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게 생겼다. 이걸 기반으로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자정부는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또한,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온라인 금융거래를 제공하는 기관은 사용자 PC에 해킹방지 및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고(29조 2항 3절),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모두 금융회사가 책임지도록(9조 1항) 규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은행 웹 사이트에서 ActiveX폭탄을 설치한다고 은행이나 애꿎은 개발자들을 욕하지는 마시라.
은행이라고 비싼돈 들여가며 폭탄 만들고 싶었겠는가. (물론 그중에는 욕먹어도 쌀 만큼 잘못 만든 불량 프로그램도 많지만-_-) 친절하게 어떤어떤 것들은 꼭 설치해야 된다고 법으로 정해놓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무조건 금융기관 잘못이라는데 폭탄이 아니라 뭐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인터넷 선진화를 외치던 정부 덕분에, 닷컴 열풍(.com bubble)직후 세계적으로 앞서가던 한국 소프트웨어 IT는, 변변한 국제 표준도 남기지 못했고, 웹으로 모든걸 할 수 있다고 떠들면서 ActiveX와 Windows에 종속되어 버렸다.
다른 얘기지만, 요즘 정부에서는 Java기반의 framework를 무려 "정부 표준"으로 추진하고 있다. 언젠가 또 다른 상황 변화가 일어나서 Java가 폭탄이 될때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Tmax Window 9? 글쎄...
몇달 전, 국내 굴지의 IT회사인 Tmax가 Window 9이라는 운영체제(OS)를 올해안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같은 개발자 입장에서 그들의 시도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한가지 불안한 점은 Microsoft도 새로운 OS를 만들면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이 윈도9 이라는 녀석은 꽁꽁 숨겨 놨다가 출시한다고 하니 어떻게 할 생각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Tmax사장님이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걸까?
아무튼.
미안하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내 PC에서 Vista를 지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MS Windows 7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마도 티맥스 윈도를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될 곳은 관공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Tmax의 가장 큰 고객은 한국 정부니까. (자국 소프트웨어를 우선 사용하는 것 자체는 비난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윈도9 프로젝트의 총괄PM이라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ActiveX에 대한 지원일 것이다.
실제로 시연회에서는 그들의 웹 브라우저로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장면도 있었다.
"Vista와 IE7 이후로 점점 퇴출당하고 있는 MS Windows에서와 달리, Tmax Window는 ActiveX를 확실하게 지원합니다!"라는 말은, ActiveX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 웹 프로그램이 아니면 무조건 안된다고 믿고있는 관공서의 IT관리자들에게, Tmax Window의 최대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기에는 나의 내공이 부족하니, 앞으로 Tmax Window와 ActiveX를 둘러싼 일들이 어떻게 전개 될지 무척 궁금하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건, 저거 출시되면 국내 개발자들은 X된다는건 확실하다 정도?ㅋㅋ-_-;
꾸준히 기본과 기초에 투자하고, 천천히 명확한 방향을 보고 한걸음씩 움직였다면..
스스로가 그토록 경멸(?)하는 PC프로그램 - ActiveX 없이는 웹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
ActiveX를 위해 OS까지 만들어내는 나라가 과연 진정한 IT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분들도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꼭 한번쯤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다.
PS.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주제를 어설프게나마 마무리 하게되서 기분은 홀가분 한데..
지금 그린B는 회사에서 .net을 이용해 PC프로그램으로 기껏 만들어 놨던 제품을 단지, "웹으로 돌리기 위해서" silverlight로 다시 만들고 있다. -_-..
그나마도 ActiveX로 안하는 이유는 개발자로서의 한가닥 양심과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그분들은 그저 웹에서 돌아 가기만 하면 만고 땡이니까.
PS2.
진짜 힘들게 쓴 글인데... View On도 댓글도 안달아 주고 그냥 가실껀가요? ㅠ_ㅠ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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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List
ActiveX .... 필요악이 되어버린 현실이.. 원망스럽군요...
한 한국게임하나가 외국서버를 두었는데, 한국에서는 Active X를 통해 설치되더군요. 근데 외국서버에서는 Active X 가 아닌, 설치과정이 진행되더라구요...
아,, 이때 현실이구나,,, 하구 생각들었지 머예요...;;
아무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ps : 긴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긴 글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아! 그런데 닉넴 너무 이쁘신데요? +_+
얼마전 MS사가 더이상 ActiveX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그게 사실인가 보네요...
참.. 훗날 웃지못할 광경이 벌이지겠네요...
vista나 IE7이 나오면서부터 예정되 있긴 했습니다만..
한국에서 워낙 난리를 쳐놓은 탓에 앞으로 얼마간은 생명연장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웹표준은 2~3년 후에나 도입 된답니다ㅋ http://pann.nate.com/b202932488
괴롭혀서 들을 사람들이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듯-_-;
어쨌든 그분들 외의 사람들 인식은 바뀌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티맥스 윈도우는 그냥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정부로부터 투자금좀 받아볼려고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분명 개발사는 티맥스 윈도우가 개인용보다는 기업용에 가까운 운영체제라고 언급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업 사장이라도 티맥스 윈도우는 안 삽니다.
앞으로 티맥스 윈도우는 성공리에 시장에 출시된다해도 잠깐 흥미는 끌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냉철한 리뷰어들에 의해 바닥이 금방 드러날테지요.
시연회랍시고 많은 사람을 초청해놓고 운영체제가 돌아가는것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티맥스 윈도우에게, 그리고 티맥스 윈도우가 아닌 MS 윈도우즈가 설치된 PC를 시연회에 사용했던 개발사에게 기대할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마, 그분을 위해 부팅할때 패스워드 입력하는 기능은 제거하고 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마키짱님에게 메이드복을 입히는 작전은 성공하셨습니까?
추석연휴에 일본에 가볼까 하는데.. 메이드복을 챙겨갈까 고민중입니다 -_-;
에, 저도 그나저나...
형, 잘 들어갔어여? 어제 넘 많이 마셨네요~.
혹시 술김에 실수하고 그런건 없었는지 걱정입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새벽에 자다 깨 보니
제가 좋아하는 명인만두 두판이 방바닥에 나뒹굴고있었;;;;
암튼 화려한 일요일이었습니다. @.@
너무 화려해서 탈이었지-_-..
이 문제에 대해 특정 정당을 들먹이는건 무식한 짓이라고 생각하는데요..민주당이건 한나라당이건 상관없이 '정부'가 삽질했다는게 중요한거죠..2007년에는 안그랬습니까?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정부기관이 제일 무능하다는건 사실인듯..오죽하면 정부는 거북이라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액티브엑스는 계속 쭉 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다들 PC도 바꾸고 인터넷 속도가 느려졌네 하면서 회선도 증설하고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정지역에 가면 구형컴도 널라다니기 때문에 산업 발전속도를 저해합니다.
국내에선 엑티브X 설치하게 해서 게임 되게 만들지만. 외국에선 패키지를 돌려서 깔더라구요. 국내 온라인겜들이 왜그렇게 보안 열풍 하면서 엑티브X를 깔기를 종용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