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개발자의 넋두리 (마지막) - 개발자가 소비되는 과정
이번편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 해야겠다. 적다보니 "연재"라는 타이틀이 필요 없는 단편들인것 같아서-_-;
연재물은 내공을 좀 더 쌓고 다시 도전해 보도록 하고...
어쨌든 마지막이니까, "처음 이 글을 쓸때 이야기 이야기 하고자했던 불만"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왜 우리나라는 늙고 노련한 개발자가 없는 것일까?
IT분야의 유명한 출판사들중에서 wrox라는 회사가 있다."빨간책"으로 통하는 이 회사의 책들은, 보통 저자의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데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물론, 교수나 강사가 아니라 현역 개발자다.
그 책들을 보며, 나도 늙으면 이런 책을 한 권 쓰고싶다는 꿈도 꾸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책들은 꿈꾸기에 적당한 수면 유도 기능과 배개로써 알맞은 크기를 갖추고 있다.)
아무튼.
자칭 IT선진국인 한국의 개발자도 wrox나 O'reilly의 책을 한권쯤은 쓸법 한데, 아직 그런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그 이유가 크게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아직은 영어를 잘하는 개발자가 드물다는 점.
둘째는, 우리 사회의 개발자 성장 패턴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가 소비되는 과정
- 학교나 학원을 졸업하고, "SI업체"라는 던전에 첫 발을 내디딘 쪼랩개발자들.
선임들의 갖은 구박과, 야근은 기본. 주말근무는 옵션인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레벨업 하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보상받는다. - "대리"나 "과장". "선임"이라는 직함이 명함에 새겨질때쯤 부터 PL1 역활을 한다. 이제 소스코드 만지던 시기는 슬슬 끝나간다. 인원관리며 일정관리, 고객 협의등등... 점점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작업 비중이 높아진다.
- 40대 초중반. 이제는 소스코드가 암호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몇년 동안 제안서와 WBS2, 각종 문서들만 붙잡고 씨름했더니 알고있던 개발 지식들은 더이상 쓸모없는 것이 되버렸다. 팀 회식 자리에서 "나도 한때 날리던 개발자였어~"라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후임들에게 개발보다 관리skill을 키우라고 구박한다. - 영업을 못해서건, PM3역활을 제대로 못해서건..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간부는 퇴출 1순위다. 맘맞는 동료들이나 부하들을 꼬드겨서 회사를 창업한다. "친정회사"의 협력업체가 되어 프로젝트에 개발자들을 투입하고 개발자 인건비로 이윤을 남긴다.
물론 좀 과장된 면도 있지만, 한국의 개발자들이 직, 간접적으로 강요받는 코스를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나는 저 코스의 좋고 나쁨을 논할 생각은 없다. 모두가 "예술가적 프로그래머"가 되야 한다고 하려는것도 아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큰 조직과 프로젝트를 관리해 가는것은 분명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이 시나리오가 정답"이라고 강요된다는 점이다.
관리자 외의 대안은 없다.
상사나 선배들로 부터 "너 몇살까지 개발자로 있을 수 있을거 같아? 앙?! 관리나 영업 스킬을 키워야되~" 라는 말은 수도없이 들어봤다. 그럴때마다 묘한 오기가 발동되곤 했는데.. 결국 지금의 나는, Visual Studio보다 MS Office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키텍트나 PM역활을 하기 위해서는, SW개발보다도 소프트웨어 공학이나 경영, 관리같은 능력이 더 요구된다.
그렇지만 개발자로서 어느정도 경력이 쌓이면, 무조건 관리자로의 길을 강요받게 된다. 그가 그 일을 좋아하는지, 그 일에 적합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오랜시간 많은 경력을 쌓아온 배태랑 프로그래머는 존재한지만,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멋진 출신학교를 나와서 그럴듯한 연구이력을 갖추고 훌륭한 회사에서 운좋게 연구개발팀에 배정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되는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정리해 보겠다.
첫째. 장인정신 부족
우리나라는 왠지, 모든 분야에서 "장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3년차 이상의 개발 경력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초급자가 하던, 숙련자가 만들던 "밥맛이 그게 그거지 뭐" 아니면, "그거 우리집 누구누구도 하는데 뭐 그런걸 가지고.."식이다.
품질이나 성능보다도, 일단 어떻게든 만들어 내기만 하면 충분하다는 논리인데, 그렇다 보니 노련함 보다는 "싸고 빠르게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전편을 보셨다면 이유가 짐작 되시리라)
둘째. 나이에 의한 서열
보통 PL역활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30~35살 정도다.
이 사람들은 자기보다 나이많은 개발자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들도 자기보다 나이어린 PL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일이 잘 진행되기 어렵다.
"역활"에 의해 지시하고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의해 지시자가 결정되야 한다는 생각은, 한국사람이라면 피해가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어느정도 나이가 되서도 직접 개발을 하고있으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관리하고 영업활동 하는쪽이 더 "고수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듯 하다.
셋째. 한방주의
모두들 "큰거 한방"만 좋아한다. 기본에 투자하고 오랜기간 연구하고.. 이런데 투자할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빨리 눈에띄는 결과가 나와야 하고, 좀 부족하더라도 대충대충 넘어가면 된다는 식이다. (대충대충 넘어갈 수 있게 하는데는 영업력이 필요하다)
사장님들은 "품질좋은 제품"이 기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듯한 한방으로 눈먼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시스템을, 말도안되는 방법으로 개발하려고 하는데.. 마찰이 없을 수가 없다.
비싸고 고집부리는 전문가 보다는, 말잘듣고, 싸고, 손빠른 사람이 훨씬 더 환영받게 된다.
마무리
아. 뭔가 적다보니 수습이 안될 정도로 너무 거창해 진것 같네 -_-;
그렇다할 비판이나 대안도 없지만.. 어쨌든 말 그대로 "넋두리"니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이런 무책임한-_-)
여기까지 두서없는 글 봐 주시느라 고생하셨다.
아직 큰 주제를 제대로 적어보기엔 내공이 부족함을 느낀다. 다음부터는 짧게 작은 주제들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다.
2009/04/15 - [한국 IT 이야기] - SW개발자의 넋두리 (2) - 먹이사슬
2009/04/17 - [한국 IT 이야기] - SW개발자의 넋두리 (3) - 그들이 살아 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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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List
쩝... IT학과 학생인데... 우리나라 IT가 요즘들어 참 우울하게 느껴지네요..ㅠ
기운내세요~ 분명한건 조금씩은 좋아지고 있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문제점만 적어서 더 그렇게 보일수도 있어요 ㅎㅎ
문제는 돈.. 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돈 많이 드는 고급 개발자 한명보다 싼 개발자 두명이 효율이 높다고 생각하는 그런 현실 말이죠...
맞습니다. 정확히 잘 찝으셨네요. 다만 하나만 보고 둘은 "안"보는게 요즘의 현실인것 같아서 씁쓸한거죠~
처음 봤는데.. 연재물이었군요..
1편(?)부터 다시 봐야 겠네요..
그런데.. 이런 문제를 다 알고는 있으면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아쉬울 뿐이네요..
제목만 연제물 입니다 - -;; 아무튼 관심 감사합니다 ㅎ
글 잘보았습니다, 현실적이며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에 덧대어 저역시 위에 데굴대굴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정상적인 한국인 생활 패턴 대로라면 4,50 먹어서도 개발자로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웬만한 차,부장 월급정도는 되야 하는데요,
그런 월급을 주면서 개발을 시킬 회사도 없는게 현실입니다.
저런 개발이 가능하려면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가진 개발을 해야 가능합니다.
맨 SI와 enduser에게 납품을 위한 국내 현실속에선 조금 안맞죠....
건설의 인력시장하고 차이가 없으니까요..
맞습니다. 정말 정확히 잘 찝으셨네요.
내공이 부족해 거기까지 적지는 못했습니다. (귀찮기도 했;
아무튼 콕 찍어 누구, 어디가 문제다! 라고 할 수 없는 문제라 더 답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에 대한 서열" 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상무님도 그렇고, 과장님 본인도 그렇고 과장 정도 되면 관리직이 되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을 만들었겠지요. 두번째 문제는 본인에게 기술력이 없는 것이 문제겠지요. 부장님에게 살며시 다가가 "민폐 그만 끼치시지요" 라고 말씀드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날 이후 체크인은 없었다는...) 더 큰원인은 기술의 축적보다는 새로운 솔루션이나 기술을 업어오는 비중이 큰 우리나라 사정에서 나이많은 기술자는 그냥 가르치기 껄끄러운 사람에 불과해 지는 것 같습니다. 만약 자바언어를 직접 만들거나 스트러츠 같은 솔루션을 통째로 만드는 회사라면 경력 있는 기술자가 중요하겠지만, 대한민국에 그런 회사는 없지요.
그렇죠. 하지만 그런 회사가 없다는것 또한 문제가 아닐까요..
내가 장가를 가서 딸을 낳아야 장인 정신을 가질건데...
그럴려면 여친부터 만들어야하는데...
젠장찌개...
장모정신을 가지는 쪽이 빠르실듯?
연재물 잘 보고 있습니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이렇게 바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업계에 많아진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모두모두 화이팅해야죠!!
진짜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공감됩니다. 진짜 우울하네요~
허접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한줄기 희망 영어....
너마저 없으면 .... 호호호
외국의 개발자에 비해 급수에 따른 매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외국의 경우 특급 개발자는 거의 신급 존재인데. 우리나라에선 왜 그 돈을 내고 특급 개발자를 써서 개발해야 하는건데. 이러고 있으니까요.
SI 위주다 보니 고급 스킬을 필요로하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즉, B급 개발자만 뽑아도 대부분의 SI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하며, 완성도가 떨어진다해도
겉으로 보기에 잘돌아가니까 문제 없고, 나중에는 다시 다뜯어 고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SI 풍토에 젖어 있는 우리나라 SW산업에서는 고급개발자가 설자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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